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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중동의 석유화학 신증설 설비 가동이 연기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영향력에 대해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발 위기설은 과연 지나가는 모래바람에 그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중동 석유화학 산업 성장의 배경 및 경쟁 우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중동 국가들은 빈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 다각화시키기 위해 석유화학 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동의 석유화학 산업 육성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국가에서 에탄 가스 부족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중동 기업들의 경쟁력 또한 향후에도 유효할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Sabic을 필두로 중동의 초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에탄 기반 일부 범용 제품에서 나아가 고부가가치 특수 제품을 포함하여 전체 석유화학 제품 영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한 수출에서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중동의 신증설이 얼마만큼 지연될 것인가와 같은 단기적인 예측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적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내실을 다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목 차 >
Ⅰ. 최근 석유화학 산업 동향과 이슈 Ⅱ.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분석 Ⅲ. 석유화학 메이저로 부상하는 중동 기업 Ⅳ.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영향력 전망
Ⅰ. 최근 석유화학 산업 동향과 이슈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함께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온 대표적 경기 산업, 석유화학 산업에도 이 말은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사상 초유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석유화학 제품의 최종 수요처인 자동차·건설·전기전자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요 급감에 따라 글로벌 화학 메이커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 최대 화학기업 다우 케미칼은 전 직원의 11%에 달하는 약 5,000명을 감원하고, 20개의 공장 및 판매 법인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전세계 180곳의 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키로 결정했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BASF 또한 지난해 11월 수요감소에 따른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80개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세계 약 100개에 이르는 공장에서도 감산이 진행되고 있다. BASF 측은 이번 감산 조치로 전 세계적 약 2만 여명의 직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탄력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PE/PP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 화학기업 LyondellBasell은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파산보호신청 자료에 따르면, LyondellBasell은 구조조정과 함께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최대 80억 달러까지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전체 1만 6000명이 넘는 인력 중에서 15%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9년까지도 석유화학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북미를 중심으로 여타 기업들도 속속 무기한 가동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표 1> 참조).
한편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중동 석유화학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급속히 둔화되고, 잇따른 석유 감산 조치가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2008년 고점 대비 1/3 수준으로 폭락한 유가는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동 예정이었던 중동의 대규모 콤플렉스 Petro-Rabigh와 SHARQ 등이 가동을 연기하고 있으며, 2011년 이후 예정된 프로젝트들의 연기나 중단 사례도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영향력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중동은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전세계 석유화학 신증설을 주도하며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어왔다. 그러나 신증설 설비 가동 연기에 이어 중동의 석유화학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중동발 위기설의 실체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6년~2007년 중동의 신규 공장 가동 지연으로 누렸던 반사이익 효과가 2009년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발 위기설은 지나가는 모래바람에 그칠 것인가.
Ⅱ.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분석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경기 변동은 일시적인 문제이나 중동(분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이란, 이라크의 8개국으로 정의)의 영향력 확대 문제는 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중동 석유화학산업 영향력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 성장의 배경에 대한 이해와 함께 경쟁 우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육성 배경 및 전망
중동 석유화학 산업 발전의 밑바탕에는 경제 구조 다각화를 위한 중동 국가들의 정책적 노력이 깔려있다. UN 조사에 따르면, 중동의 인구 증가율은 지난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13.8%로 세계 8.7%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여왔으며, 총 인구는 향후 2025년까지 현재 대비 약 33% 증가해 미국의 인구 규모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중동 국가의 인구 분포에서 15세 미만 비중은 42%로 중국, 미국, 유럽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란의 경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30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들 30대 미만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CIA의 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현재 이란, 이라크, 바레인, 오만 등의 실업률은 15% 수준이며, 특히 사우디의 경우, 20대 인구의 실업률이 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실제 능력대비 낮은 수준의 일을 하는 불완전 취업자들까지 고려할 경우 중동 국가들의 실업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천연가스, 석유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모노컬처(Mono-culture) 경제 구조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변동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빈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 다각화시키기 위해 중동 국가들은 자국 내 제조기반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 석유화학 산업은 중동 국가들의 전략적 자원인 석유나 천연가스를 가장 손쉽고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육성을 선호하고 있는 대표적 업종의 하나이다. 석유화학 다운스트림의 다양한 제품 설비 및 나아가 고부가 가치 특수 제품 설비는 그 자체로 원유 정제 등의 석유 업스트림 설비 보다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지닐 뿐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국 내 제조/가공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2차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즉, 당면한 청년 실업 해소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부(Ministry of Petroleum and Mineral Resources)는 자국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선정 기준에 있어서 교육 및 연구 기관 설립, 다양한 다운스트림 포트폴리오 등을 통한 사우디 경제에의 기여도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기존 정유 시설의 활용, 민영 자본 유입을 위한 주식시장 상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요구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선별적으로 저렴한 에탄을 공급함으로써 단순히 에탄-PE 위주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에서 점차 나프타 등 Heavy Feedstock과의 혼합 원료를 활용, 더욱 폭넓은 다운스트림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오일 머니 축적도 중동 국가들의 산업 구조 고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2000년 이후 2008년 중반까지 꾸준히 지속되어 온 고유가 체제 속에서 세계 석유 수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지난 7년여 간 약 2조 달러 가량의 막대한 오일 머니를 축적했다. 오일 머니의 증가는 직접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인프라 확충, 국영기업 투자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국부펀드나 석유안정기금 등을 통해 기술력 확보 등을 위한 해외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아부다비 투자청의 중국공상은행 주식 인수나 Al Waleed Bin Talal 사우디 왕자 소유의 투자회사 Kingdom Holding의 30억 달러 규모 씨티은행 지분 매입 등에서 보여지듯이 이제 오일 머니의 활용은 지역과 업종의 모든 측면에서 다각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으로의 투자 확대도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의 5개국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한 엔지니어링(EPC, 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계약 체결 규모는 2006년과 2007년 각각 222억 달러, 182억 달러에 달했다.
금번 세계 경기 침체로 지난해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현재 1/3토막 수준으로 급락했으나, 1990년대 1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국제유가가 세계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이미 장기적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 위기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일부 중동 프로젝트들은 일시적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투자 효과가 높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공공 투자 기금(PIF, Public Investment Fund), 사우디 산업 개발 기금(SIDF, Saudi Industrial Development Fund) 등 자체 자본을 동원하여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 전문 경제지 MEED는 2009년 중동 지역에서 계획되었던 38개의 석유화학 관련 프로젝트 중 31개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7개만이 중단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했다. 이에 덧붙여 수요 감소 및 엔지니어링 비용 증가와 맞물린 신용 경색으로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중동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투자 및 생산을 지속함으로써 운전 경험 등의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의 지속 가능성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파괴적 경쟁 우위 원천이 아시아 나프타 또는 북미 에탄 가격의 약 1/6에 불과한 저가 에탄 원료의 활용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중동 국가들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정부 보조금 지급 차원으로 mmBTU당 0.75~2 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에탄을 공급해왔다. 이는 북미 에탄 가격이 2004년 이래로 mmBTU당 7달러 이상을 유지해 왔으며 특히, 2007년 평균 12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엄청난 경쟁 우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나프타 가격은 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어 고유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중동 지역과 기타 지역간 원가 경쟁력 차이는 크게 확대되었다. 과거 석유화학 산업 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의 룰이었던 ‘규모의 경제’나 ‘Operational Excellence’가 중동의 파괴적 원가 경쟁력에 의해 그 영향력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에탄을 공급하고 있는 카타르의 에탄 가격을 적용할 경우에도, 에틸렌 생산 원가는 북미나 동북아시아의 약 1/4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적 석유화학 산업 분석 기관인 CMAI는 2011년 유가를 배럴당 63 달러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mmBTU당 1달러로 에탄을 공급받고 있는 중동 에탄 크래커의 에틸렌은 Cost Curve 상의 한계 생산자 대비 에틸렌 Cash Margin에 있어서 톤당 최대 550달러까지 우위에 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에 따라 유가가 상승할수록 이러한 생산 원가상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에탄 가격이 현재 수준의 두 배 수준인 mmBTU당 4달러로 인상된다 할 지라도 중동의 파괴적 원가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여진다(<그림 2> 참조).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에탄 가스 부족 문제가 떠오르고 있어 중동의 파괴적 경쟁력 유지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의 경우, 2014년 경부터 에탄 Balance가 (-)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타르의 경우도, 가스 가공 설비 용량의 부족이 원인이긴 하나 일시적 에탄 공급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상태에 있으며 최소 2009년 말까지 추가 에탄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할 전망이다.
일부 중동 국가들의 에탄 부족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긴 하나, 그렇다고 중동의 원가 경쟁력을 과소 평가할 수는 없다. 에탄 부족이 가장 가시화되고 있는 사우디의 경우 기존 정유 시설을 활용한 나프타를 비롯, 프로판, 부탄, 컨덴세이트 등의 Heavy Feedstock과 일부 에탄과의 혼합 원료 사용을 점차 장려하고 있다(<그림 3> 참조). 그러나 이러한 경우 또한 나프타를 100% 시장 가격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여타 지역 생산자와는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혼합 원료 활용을 통한 에틸렌에서 나아가 프로필렌, 부타디엔 및 방향족 제품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보는 산업 구조의 고도화, 다각화를 추구하는 중동 국가들의 정책적 의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에 세금 등 여러 측면에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탄 부족 가능성 문제는 중동 지역의 원가 경쟁력 상실 문제라기 보다는 제품 경쟁력 강화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있어서 Heavy Feedstock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됨에 따라 일부 에틸렌 유도품에서의 원가 경쟁력은 다소 약화되겠지만, 대신 에틸렌 유도품 생산에만 안주하지 않고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Ⅲ. 석유화학 메이저로 부상하는 중동 기업
중동의 국가 주도 석유화학 산업 육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Sabic을 필두로 초대형 석유화학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에탄 기반 일부 범용 제품에서 나아가 고부가가치 특수 제품 포함 전체 석유화학 제품 영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한 수출에서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시장 직접 진출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 중동 석유화학 기업의 성장 모델 분석을 통해 향후 이들의 전략 방향 및 석유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중동 석유화학 기업의 성공 모델, Sabic
Sabic은 2007년 PE 생산 능력 기준 전세계 4위로 이미 규모 차원에서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파이프용 특수 PE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PE100+ 협회의 전세계 7개 회원 중 하나로서 그 기술력 또한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다변화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의해 1976년 설립된 Sabic이 이처럼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학습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핵심 역량을 구축하고, 핵심에 기반한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적극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Sabic은 ExxonMobil, Shell, Mitsubishi 등 선진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석유화학 콤플렉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기술력과 자본을 전략적으로 유치했다. 이들로부터 에틸렌, 프로필렌 및 PE, PP의 생산 역량을 빠르게 학습한 후에는, 보다 다양한 범용 석유화학 제품 군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혼합 원료 기반의 PetroKemya #2 및 IBN RUSHD 방향족 콤플렉스를 자체 역량으로 완공시켰다.
동시에 저가의 원료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 사업에 대한 최대 잠재 수익 확보를 위해 고객 기반 확대에 주력했다. 이 결과, 인접 시장인 유럽, 인도 등지의 물류 설비와 영업망 구축이 1990년대 중반 이미 대부분 이루어졌다. 자립기를 거친 Sabic은 현재 세계적인 메이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02년 폴리올레핀 관련 프로세스 기술을 포함한 DSM 유럽 석유화학 부문 인수는 Sabic의 핵심 사업인 폴리올레핀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공고히 해주었을 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이후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중동의 파괴적 경쟁자들이 너도 나도 범용 제품 시장에 진입해 산업의 수익 기반이 축소되자, Sabic은 고부가가치 시장을 겨냥해 폴리올레핀과 PVC, 폴리에스테르 사업부를 폴리머 사업부로 합하는 한편, 특수 제품 사업부를 신설한다. 석유화학 사업을 기존 범용 중심에서 특수 제품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20년까지 특수 제품 사업부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Sabic 2020” 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 2011년 가동이 예상되는 Sabic의 첫 번째 고부가가치화 프로젝트 Kayan의 제품 범위는 기존의 PE, PP, EG는 물론이고 페놀, 아세톤과 에탄올 아민 등 EO 유도품, 폴리카보네이트 수지 등 특수 화학제품 포함 무려 13가지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bic 2020”의 목표는 GE Plastics인수를 통한 Sabic Innovative Plastics 설립으로 한층 가까워졌다. 과거 선진 기업들의 기술적 도움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Sabic은 이미 세계 최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 기업으로 부상했으며, 신흥 시장에서 합작 파트너로서 과거 선진 기업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중국 SINOPEC과의 석유화학 콤플렉스 합작을 시작으로 Sabic의 신흥 시장 투자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10대 메이저 진입을 노린다, NPC
이란의 NPC(National Petrochemical Company)가 전세계 PE 생산능력 기준 상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NPC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석유화학 산업은 1991년부터 시작된 이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추어 발전해왔다.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최근에는 Bandar Imam과 Assaluyeh 지역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올레핀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수의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서부 에틸렌 파이프라인을 따라 개발이 진행될 전망이다.
1963년 비료사업을 시작으로 설립된 NPC는 전쟁과 미국의 경제 제재 등의 영향으로 1995년까지 암흑의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2차 경제개발 5개년(1996~2000) 계획에 따라 석유화학경제특구(PETZONE, Petrochemical Special Economic Zone)와 에너지경제특구(PSEEZ, Pars Special Economic/Energy Zone)가 설립되면서 관련 인프라와 투자 여건이 조성되자 비로소 NPC는 첫 Olefin 프로젝트인 Amir Kabir Petrochemical(NPC #6)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온 NPC는 프로젝트 실행 관련 모든 업무를 무려 30개 이상의 자회사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2004년과 2005년에 가동되었어야 했을 Marun Petrochemical(NPC #7)과 Arya Sasol(NPC #9)은 엔지니어링 기술 부족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년 이상 가동이 지연되었다. 이란은 천연자원에 대한 외국기업에 대한 진출 자체를 엄격히 금지해왔다. 1990년대 말 이후에서야 석유 상류부문에 대한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일부 외국기업의 진출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외국의 자본과 선진 기술의 투입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Sabic 대비 NPC의 학습 속도는 매우 더뎠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적극적인 석유화학 산업 육성 전략에 따라 NPC는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석유화학육성 10개년 계획을 수립, 2015년까지 에틸렌 1,200만 톤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우선적으로 4차 경제개발(2006-2010) 기간 동안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국영기업의 80%를 의무적으로 민영화하도록 헌법을 개정했으며, 이에 따라 50여 개에 달하는 NPC의 자회사 중 3개가 민영화되었다. 최근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민영화 작업이 잠정 보류된 상태이나, 효율 개선을 위한 장기적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및 육성 노력에 힘입어 NPC는 지금까지 7개의 에틸렌 플랜트를 가동 중에 있으며, 연 내 본격 가동이 예상되는 Jam Petrochemical(NPC #10)과 더불어 4개의 콤플렉스(NPC #5, #11, #12, #13)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출 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 영업망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어 석유화학 제품 수출시장에서의 입지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NPC의 자회사로서,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IPCC(Iran Petrochemical Commercial Company)의 CEO Mohammed Ali Zarbani는 지금까지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공급 부족 지역인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해왔으나 앞으로는 유럽 시장 또한 집중 공략하고자 한다면서, 스페인과 이태리에 판매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탄을 비롯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이란의 충분한 원료와 정부의 적극적 개발 의지를 바탕으로 NPC는 향후 가장 무섭게 부상할 중동 기업임이 분명하다. 이미 CMAI에서는 NPC가 2012년 PE 생산 기준 상위 10위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NPC가 자립기를 넘어 본격적인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엔지니어링 인력 확보, 콤플렉스 운영 스킬 향상,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 구축, 투자 효율성 제고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할 기업, QP, PIC, ADNOC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선두주자 Sabic과 빠른 규모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NPC에 이어 카타르, 쿠웨이트, 아부다비의 국영 기업들도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성장이 주목된다. 특히 선진 기업들과의 활발한 합작을 통해 빠른 학습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술력을 강화해 원료 및 우호적 정부 정책 등을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릴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1970년대 초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 North Field의 발견과 더불어 QP(Qatar Petroleum)를 설립해 천연가스 수출 및 GTL(Gas-To-Liquid) 등 가스 기반 정유산업에 집중해왔다. 석유화학 산업 개발을 위한 투자는 QP와 프랑스 Atofina(현 Total)와의 합작 QAPCO(Qatar Petrochemical Company)가 유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스자원 보호를 위해 LNG, GTL 프로젝트보다는 다운스트림 분야의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산업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현재 카타르의 석유화학 산업 개발은 North Field 근처의 정유/중공업 중심의 라스라판 산업 도시(Ras Laffan Industrial City)와 제조/지원 중심 남부 메사이드 산업 도시(Mesaieed Industrial City)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의 다운스트림 강화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QAPCO와 Q-Chem 등 QP의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들이 라스라판 지역의 천연가스 가공 콤플렉스로부터 공급되는 100% 에탄 원료를 활용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나프타 등 Heavy Feedstock과의 혼합 원료를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카타르는 외국 자본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천연가스 및 원유 정제/가공 부문뿐 아니라 석유화학 부문에도 Total, Chevron Phillips, ExxonMobil 등 선진 기업들의 참여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석유 메이저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빠른 학습기를 거치고 있으며, 기술력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이미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Sinopec등과의 석유화학 프로젝트 합작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원료,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시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자 하는 QP의 석유화학 부문 확장 전략이 점차 현실화될 전망이다.
쿠웨이트의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아랍에미리트의 Borouge 또한 합작 등을 통해 활발히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 KPC(Kuwait Petroleum Corporation) 산하 PIC는 미국 최대 화학기업 다우 케미칼과의 기존 합작관계를 활용하여 에틸렌 신증설 TKOC(The Kuwait Olefins, Equate II)를 최근 완료했다. 불투명한 투자효율성으로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근 다우의 석유화학 자산 인수 시도는 PIC의 적극적인 석유화학 사업 육성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사례이다. Borouge는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과 유럽 Borealis의 합작으로 설립되었는데, 2005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투자회사가 Borealis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사실상 확보하게 되었다. 2010년 Borouge II를 가동 예정에 있으며, 자동차와 인프라 관련 특수 Grade PE/PP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은 에탄 위주의 원료 활용으로 비교적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으며,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국영석유 기업 산하에 있어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취하는데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동의 영향력에 있어서 이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선진 기술 습득을 바탕으로 규모 확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들 기업 또한 향후 석유화학 산업 내 중동 영향력 증대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Ⅳ.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영향력 전망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는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라고 여겨졌던 중동 경제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여전히 수요 감소 추세가 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유가가 언제쯤 얼마나 반등할지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도 일단은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중동 기업들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원료에서 나아가 제품과 시장까지 경쟁의 3 요소를 두루 확보해감에 따라 이들이 석유화학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날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전세계 PE와 PP 생산능력의 각각 13%, 7%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의 비중이 2015년에는 20% 안팎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자칫 아직도 80%의 파이가 남아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시장의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중동은 이미 국제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7> 참조).
과거에도 교역 시장에서 중동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었으나, 절대적인 물량이 작아 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북미와 유럽 기업들이 차지하던 영역을 중동이 장악해감에 따라, 중동은 교역 시장에서 막강한 주도권을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 합성수지에 비해 지역간 교역량이 많은 PE의 경우, 2015년경이면 전세계 생산량 중 교역량이 더욱 증가해 그 비중이 25%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010년에는 이미 중동의 수출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금까지 중동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유럽 등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향후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아시아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산업의 주도권이 중동 기업들에게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비단 수출 시장의 구도 변화뿐만이 아니다. 과거 대부분의 석유화학 콤플렉스 신증설 합작 프로젝트에 있어서 구미 선진 기업들이 파트너로 선정되어왔지만, 최근에는 중동 기업들이 주요 합작파트너로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중동 기업들이 이미 구미 석유화학 메이저들이 누렸던 지위를 물려받기 시작한 것이다.
수출 확대, 적극적 합작 프로젝트 참여에서 나아가 중동 기업들은 M&A를 활용해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Sabic은 DSM 유럽 석유화학 사업, Huntsman 영국 화학 사업, GE Plastics 인수는 폴리올레핀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관련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단숨에 확보하였다. 아랍에미리트의 ADNOC는 국영 투자회사를 통해 2006년 노르웨이의 Statoil로부터 Borealis를 인수했다. 특수 PE/PP 생산 기술과 현지 마케팅 거점 확보가 목적이었던 ADNOC은 일부 노르웨이 소재 생산 설비를 매각하는 등 Borealis의 자산을 최적화시킨 후, 자국의 저렴한 원료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Borouge와 Borealis를 세계 최고 품질의 PE/PP 메이커로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압력으로 무산되긴 했으나 이란 NPC의 2005년 Basell 인수 시도와, 필리핀 소재 PE 생산 기업 인수는 NPC 또한 기술력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지난해 10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해 중동이 글로벌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최근 구미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M&A 시장에서도 중동의 역할론이 거론될 수 있다. 원료를 무기로 기술력과 시장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중동 기업들에게 있어서도 구미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산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M&A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제품 개발과 수출을 강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중동 기업의 위상과 시장지배력을 높여주는 성장의 선순환을 목적으로, 향후 중동 기업은 M&A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더 이상 중동의 신증설이 얼마만큼 지연될 것인가와 같은 단기적인 예측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적 금융 위기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를 감행하는 것도 위험하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의 구조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위협 요소에 대해 자사가 얼만큼 노출되어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동 기업들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제품, 시장 등에 있어서 자사의 경쟁 포지션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 지 장기적 관점에서 예측해보아야만 한다.
중동의 신증설이 일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장기 전략 방향을 재설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중동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하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재 전략 방향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