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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석유탐사/개발에 집중하면서 화학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화학사업에 대해 적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위주의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중동화학기업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석유탐사 및 생산을 기반으로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석유화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설을 확장해 왔다. 2000년 전세계 화학기업 매출 순위를 보면 ExxonMobil, BP, Shell, Chevron Phillips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매출이 각각 4위, 8위, 10위, 1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렇듯 막강했던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영향력이 최근 들어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Shell, BP, ExxonMobil 등 주요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최근 화학사업 동향 분석을 통해 향후의 전략방향 전망과 함께 이것이 세계 화학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동향
① Shell : Cracker plus one 전략 지속
Shell의 경우 1998년 새로이 Shell Chemical이 발족되면서 세운 ‘Cracker plus one’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racker plus one’ 이란, 크래커시설을 통해 얻은 기초유분 및 이를 1차적으로 가공해 만든 중간원료까지의 공정을 의미한다. Shell의 최근 화학사업 동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Shell은 Commodity 위주로 생산시설을 전환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2차, 3차 가공 제품 생산 시설들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기초유분과 중간원료 생산시설을 늘려 Commodity 위주로 재편하였다(<표 1> 참조).
둘째는 화학사업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화학사업에 대한 투자규모를 보면 2000년 9억 달러로 1999년 13억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2000년 이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2001년 7억 달러, 2002년 10억 달러, 2003년 6억 달러, 2004년 8억 달러, 2005년 6억 달러, 2006년 8억 달러 투자). 그러나, Shell 전체 투자액 중 화학관련 투자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1999년 15%, 2006년 3%). 반면 같은 기간 중 석유탐사/개발 부문의 비중은 57%에서 69%로 급증하였고 가스/전력/오일샌드 부문은 7%에서 13%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즉, 석유 탐사/생산과 가스나 오일샌드 등 신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화학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산시설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Shell은 구미지역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아시아 지역에 신증설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중심축을 아시아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 증설시에는 단순히 크래커시설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시설까지 연결된 수직통합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싱가폴에 건설중인 에틸렌 크래커(80만 톤), MEG (75만 톤), 부타디엔 추출 시설(15만5천 톤) 등은 Bukom 정제시설과 연결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② BP : 투자효율이 높은 제품 중심의 재편
BP의 경우 2000년대 초 불황을 겪으면서 2005년 투자효율이 높은 일부 제품 (방향족과 아세틸렌 사업)만 남기고 올레핀과 올레핀 유도품 생산시설을 분사하여 신규법인 Innovene 을 설립하였다. 2004년 BP Strategy Update 자료를 보면, 올레핀과 유도품은 2004년 시설투자비(Capital Expenditure)가 7억5천만 달러에 육박하고 현금흐름투자수익률 (Cash Flow Return on Investment)은 겨우 8%에 머무른 반면, 방향족 및 아크릴레이트 시설투자비는 약 2억5천만 달러, 현금흐름투자수익률은 20% 수준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였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률이 낮은 사업을 분사시켰고 결국에는 2005년 분사되었던 Innovene마저도 Ineos에 매각하면서 화학사업은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화학사업부문은 석유정제/판매 부문에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한편 BP는 2005년 Ineos에 화학사업을 매각하면서 대체에너지 사업을 본격으로 개시하였다. 현재 BP는 다른 메이저기업보다 대체에너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풍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주요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시장리더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BP는 2008년에도 대체에너지 분야에만 1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③ ExxonMobil : 기술력에 바탕을 둔 Commodity와 Specialty의 균형있는 발전
ExxonMobil의 경우 일반 메이저 석유기업과는 다르게 Commodity와 Specialty사업을 균형있게 유지하고 있다(1999년 판매량 기준 Commodity 비중 75%, 2007년 77%). 이는 ExxonMobil의 높은 기술경쟁력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메탈로센 촉매를 이용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Premium 제품 생산량이 1998년~2004년 사이에 매년 30% 이상 증가하였고 반응기 제조 기술에 대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반응 수율을 경쟁사 대비 4~5% 높게 유지하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ExxonMobil은 타이어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특수고무 생산기술을 보유하는 등 Speciality 분야에서도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 석유기업과 달리 화학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xonMobil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기준 ExxonMobil의 자본이익률이 30% 이상이지만 Shell, BP, Chevron, Dow(석유화학부문) 기업들의 평균 자본이익률은 15%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ExxonMobile 역시 회사 전체 투자규모 대비 화학사업에 투자한 금액 비중을 보면 최근 들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1999년 화학 17%, 석유탐사/개발 63%, 2006년 화학 4%, 석유탐사/개발 81%). 즉 ExxonMobil도 Shell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석유탐사/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화학에 투자하는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화학사업에 투자한 시설들 대부분이 자원 보유국 국영기업과의 Joint Venture 형태로 투자하고 있으며 정제시설과 연계된 수직통합형 투자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2> 참조).
이밖에도 Chevron과 ConocoPhillips는 2000년 50:50으로 지분을 투자하여 ChevronPhillips라는 별도의 화학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ChevronPhillips의 2007년 판매액을 보면 Commodity비중이 95%로서 Commodity 위주로 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앞의 다른 메이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중동, 중국 국영기업과 Joint Venture 설립을 통해 원료 및 시장확보에 주력하고 있다(<표 3> 참조). 지금까지 주요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Specialty보다는 Commodity 생산 시설 위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으며, 생산시설을 아시아와 중동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출방식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자원 보유국 국영기업과의 Joint Venture 형식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신증설시 석유 정제시설과 연계된 Complex 단지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력 사업인 석유정제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결국,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전략은 과거의 적극적인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 효율과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정제시설과의 연계가 유리한 Commodity 제품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향후 전략방향 전망
그럼 메이저 석유기업의 향후 화학사업 전략 방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메이저 석유기업의 주력사업인 석유탐사/개발 및 석유정제 사업의 환경 변화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① 석유사업의 환경 변화
최근 자원 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국영기업을 통해 직접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1960년대 산유국 국영기업의 소유 매장량은 전체 매장량의 1%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85%까지 증가하였다. 반면 서구 메이저 기업들의 소유 매장량은 1960년대 85% 수준에서 최근에는 7% 수준으로 급감했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면서, 이들은 더 많은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비전통적인 석유/가스 개발 (천연가스, 오일샌드, 심해 석유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원 보유국 국영기업들도 비전통적인 석유/가스자원에 대해서는 개발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비교적 메이저 석유기업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메이저 석유기업은 같은 양을 생산하더라도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되었다(<그림 2> 참조). 또한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미래에 석유자원이 고갈될 것을 대비해서 대체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선도 위치에 올라와 있다(<그림 3> 참조).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석유정제 사업에 대한 투자 또한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 이는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는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추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규제 강화가 계속 이어질 것을 감안한다면 석유정제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는 미래에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밖에,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최근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는 경질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고도화 시설(중질유를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석유정제사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유지된다면 상대적으로 비주력 사업인 화학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② 화학 사업 전략방향 전망
앞서 언급한 석유사업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미래에도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적극적인 화학사업 진출보다는 소극적인 투자, 즉 석유사업과 연계된 제휴 위주의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hell Chemical의 수석 부사장은 최근 화학 분야 정보제공 업체인 ICIS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Shell의 다른 사업과 연계되어야 화학사업에 투자할 것이고 석유 탐사/개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주요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제품 판매물량을 보면, Shell은 200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2001년 1천9백만 톤, 2004년 2천4백만 톤, 2007년 2천2백만 톤) ExxonMobil도 2004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1999년 2천5백만 톤, 2004년 2천7백만 톤, 2007년 2천7백만 톤). Top 50 화학기업들의 총 매출액 대비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매출액 비중을 보더라도 2004년 이후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4> 참조).
지금까지 메이저 석유기업과 자원보유국 국영기업과의 Joint Venture가 성립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영기업에서는 원료를 제공하면서 생산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메이저 기업들은 기술을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Win-Win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영기업이 추후 기술력을 확보하고 나서도 이러한 관계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즉, 국영기업들이 이러한 생산시설 운영을 통해 어느 정도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게 된다면 굳이 메이저 석유기업과 Joint Venture를 설립하면서 수익을 나눠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례로 최근 중동 최대화학기업인 SABIC은 중국의 SINOPEC과 전략적인 제휴에 합의함과 동시에 중국 천진 석유화학단지 건설에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SABIC은 작년에 인수한 GE Plastic의 폴리카보네이트 생산기술을 이 지역에 사업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중동기업의 진출이 많아질수록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진출 기회는 점점 사라지게 되고 결국 화학사업에 대해 더 소극적인 전략 방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산업 경쟁구조 재편 주시할 필요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그동안 화학시장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전략 변화는 미래 화학시장내 경쟁구도 변화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 비중 축소는 중동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간 사업 방식이나 영역이 중복되는 데다, 중동 기업들의 화학사업 추진의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실제 화학전문 조사기관인 CMAI(Chemical Market Associates, Inc.)에서 전망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에틸렌 생산기업 순위가 SABIC은 2000년 6위에서 1위, NPC Iran은 58위에서 7위, Qatar Petroleum은 70위권에서 21위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료확보가 용이하고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자금여력이 풍부하다는 장점 외에 메이저 석유기업으로부터 기술력까지 습득한다면 이들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다음으로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Upstream (석유화학 기초유분, 중간원료 등을 의미)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Downstream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최종제품들을 의미) 기업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즉 예전에는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독자적인 Complex 위주로 진행했지만 최근 Downstream 분야는 직접 진출보다는 타사와의 제휴를 통해 Complex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실례로 Shell의 경우 원유, 천연가스, 화학의 각 사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본의 Downstream 화학기업이 프로젝트 파트너로 참가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우리나라 화학기업들에게 많은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Complex 단지 건설에 참여한다든지, 나아가 중동기업의 파트너로서 시장 진출을 꾀하는 등 다양한 기회들이 이에 해당된다. 물론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