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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자원의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선진 화학기업들은 대체 원료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혁신기술의 개발 및 활용을 통해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유화학산업은 말 그대로 석유(천연가스 포함)를 원료로 각종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1940~50년대 미국과 중동 등에서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면서 화학산업은 석탄화학시대에서 석유화학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석유 원료를 사용할 수 있는 대량 생산 공정이 개발되면서 천연소재의 대체도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1970년까지 배럴당 2달러 내외에 머물며 석유화학산업의 고성장을 뒷받침했던 석유 가격은 최근 들어 배럴당 60달러에 이를 정도로 크게 상승하였다. 더군다나 제한된 공급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석유 수요는 고유가 현상의 고착화를 넘어 석유 자원의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가 없는 석유화학산업을 상상할 수 있는가? 석유가 완전히 고갈되지 않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유가 상황에서 석유화학산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글에서는 석유자원의 부족에 따라 예상되는 석유화학산업의 환경 변화와 이에 대한 선진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석유 고갈과 석유화학산업
최근의 고유가 상황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대체로 세계 경제의 활황과 신흥 국가들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석유 수요는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능력의 확대는 이에 미치지 못해 고유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MF는 지난 4월, 세계 경제가 만성적인 오일쇼크에 직면하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동안 지속적인 고유가 상황(2030년 WTI기준, 배럴당 67~96달러)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이러한 고유가 고착화는 세계 경제의 위축뿐만 아니라, 석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에도 원가 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석유 원료에 대한 접근 용이성 여부에 따라 기업간 경쟁력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한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원가 우위를 누리지 못해 세계 석유화학제품 교역시장에서의 지위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지역의 비산유국 석유화학기업들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나프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원가 상승의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가 용이한 지역의 석유화학기업들은 저렴한 원료 확보의 이점을 살려 세계 석유화학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유가 심화될수록 중동 영향력 더욱 확대
향후 고유가가 지속되고 석유 자원의 고갈 가능성이 제기되면 될수록 세계 석유화학산업에서 중동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중동지역은 석유, 천연가스 등과 같은 천연자원의 매장량(세계 석유 매장량의 62%, 천연가스 매장량의 41%)에서 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천연자원 확보 우위는 곧 석유화학제품의 원가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 중 하나인 에틸렌을 기준으로 보면 2004년 중동지역의 평균 생산 원가는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 지역의 1/3~1/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물류비를 감안하더라도 아시아나 유럽의 관련 제품 시장에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자제품 생산에 있어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듯이 석유화학제품 생산에서는 중동이 저렴한 원료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세계 석유화학시장에서 주로 교역되던 유럽이나 북미지역의 잉여물량이 중동 물량으로 대체됨으로써 중동 지역이 향후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됨과 동시에 석유화학산업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원료’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원료를 찾아 나서는 선진기업들
‘원료를 가진 자’의 입김에 의해 세계 석유화학시장의 상황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구미와 일본의 선진 석유화학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선진기업들은 일차적으로 보다 저렴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에 신규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범용 석유화학제품에서의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Dow는 향후 중동의 오만과 쿠웨이트,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와 같이 풍부한 천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국가들에 진출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저렴한 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자사의 우수한 기술과의 시너지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자국내에서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확고한 내수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 화학기업들 역시 원료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중동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umitomo는 사우디의 아람코와 함께 대규모 에틸렌설비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였고, Mitsubishi 역시 사우디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 역시 중동지역의 싼 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석유화학시장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대체 원료를 찾아라
저렴한 원료를 찾아 중동으로, 남아메리카 등으로 떠나는 구미와 일본의 선진기업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대체 원료를 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세기 초반 화학산업의 토대가 되었던 ‘석탄’이라는 원료가 20세기 중반 이후 ‘석유’ 원료에 자리를 내주고 그 지위를 상실했듯이 이미 고가의 원료가 되어버린 ‘석유’를 대신해 미래 화학산업을 이끌 새로운 원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기업들에 의해 주목받고 있는 대체 원료는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자원 원료와 옥수수 등과 같은 천연물 원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최근 BP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통계 자료에 의하면 천연가스와 석탄의 가채연수(자원의 확인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지표)는 각각 67년, 164년으로 석유(41년) 보다 활용 가능 기간이 훨씬 긴 것으로 파악된다. 천연물 원료의 경우도 대량으로 재배될 경우 무한정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가채연수만을 고려했을 때는 천연가스와 석탄, 천연물 원료 모두 석유 자원을 대신하여 화학산업의 원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 대체 원료로 주목받는 천연가스
천연가스는 이미 중동이나 북미 지역에서 주요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되고 있고 석유와 유래를 같이 하는 화석 연료이기 때문에 석유의 대체 원료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활용도가 낮았던 천연가스 성분을 사용해 다양한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이용하기 위한 공정 개발이 최근 활발히 전개됨을 고려할 때 이를 기존 석유화학원료의 대체 원료로 포함시키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천연가스 성분의 약 95%를 차지하는 메탄가스의 대부분이 전력발전용(32%)이나 난방(27%), 산업용 가스(22%) 등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주로 에탄 성분인 약 5% 정도만이 에탄-크래커 설비를 통해 석유화학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석유화학원료로서 활용도가 낮았던 값싼 메탄 가스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흔히 MTO(Methanol to Olefin)라고 불리는 공정으로서 천연가스가 풍부한 중동, 아프리카 일부 국가와 같은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메탄올을 대규모로 생산한 다음 이를 다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이미 나이지리아와 이집트와 같이 천연가스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공정을 활용한 석유화학설비의 건설이 추진 중에 있어 향후 에틸렌 생산의 신기술로서 사용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Dow는 자회사인 UOP의 MTO기술을 이용해 이집트 석유화학설비에 투자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기존에 사용되던 에탄이나 프로판 등을 더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Dow의 경우 스티렌 생산 공정에 기존 에틸렌보다 가격이 싼 에탄 원료를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Rohm & Haas도 프로필렌 대신 프로판으로부터 아크릴산을 직접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석탄 원료
최근에는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또다른 대체 원료로 석탄의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석탄은 이미 과거에 화학산업 원료로서 크게 활용된 바 있고 최근에도 BASF의 대형 컴플렉스나 Eastman의 화학설비에 사용될 만큼 일부 제품 생산에 있어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렵고 수직계열화에 큰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석탄을 원료로 사용할 때 나오는 다량의 이산화탄소, 황, 질소산화물 등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석탄이 다시금 화학산업의 원료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자국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고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이 향후 대체 원료로 부상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한편 Dow는 중국 Yulin지역에 석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의 건설에 대해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석탄기업인 Shenhua와 함께 석탄을 가스화한 후 MTO기술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으로서 만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향후 석탄이 다시금 주요 화학원료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근본적인 대응책으로서의 천연물 원료
앞에서 언급한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대체 원료는 석유와 같은 화석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기만 다를 뿐 고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체 원료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체 원료를 생각한다면 고갈 가능성이 없는 천연물 원료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천연물 원료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석유자원 고갈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진기업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기반 화학제품의 대명사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옥수수에서부터 최근 듀폰이 MMA(광학렌즈, LCD 도광판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의 대체재로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튜울립 원료까지, 식물기반 원료를 활용한 화학제품의 개발은 향후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체 원료 연구의 의미와 향후 전망
천연가스와 석탄, 그리고 천연물 원료를 활용한 화학제품 생산은 향후 예상되는 원료 확보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가격 경쟁력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혁신기술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폭넓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석유를 사용한 제품 생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Rohm & Haas의 프로판으로부터 아크릴산을 생산하는 공정의 경우 프로판의 가격이 기존 원료인 프로필렌 가격의 1/3 이하일 때만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즉 원료 가격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비나 공정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이러한 대체 원료들이 기존 원료를 대체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 원료를 찾고, 이를 활용하려는 선진 기업들의 노력이 평가 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대체 원료 활용 기술 확보만으로도 기존 석유화학 원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료 공급자의 전횡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풍부한 중동, 러시아와 같은 지역과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미국, 중국 등과 같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혁신기술들을 적용한 석유화학제품의 생산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석유의 공급부족 상황이 생각보다 더욱 심각해져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이러한 혁신기술을 이용한 화학제품의 생산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체 원료의 활용 시도는 앞으로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향후 전개될 세계 석유화학기업들의 원료 확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혁신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통해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