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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업계 침체 장기화로 헬륨 시장 ‘冷氣’

케이탑 2009. 1. 2. 14:15

[기획] 광섬유업계 침체 장기화로 헬륨 시장 ‘冷氣’
수입물량 감소세 뚜렷... 월드컵특수도 기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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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전세계 헬륨가격이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내 헬륨시장이 예상치 못한 수요침체로 위축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헬륨의 최대 수요처인 광섬유업계가 장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LG전선, 대한전선(옵토매직), 삼성전자 등 관련업체들이 잇따라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삭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난해에는 매월 증가세를 보이던 헬륨수입량도 올해들어 눈에 띄게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헬륨수입업체 관계자들이 메이커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국내 헬륨시장은 연간 약 2백억원 규모. 운송비.인건비 등을 포함하는 실제 소비자 가격으로는 3백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광섬유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MRI(자기공명장치) 등 의료용시장과 반도체화합물 시장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헬륨시장은 필연적으로 광섬유업계의 움직임에 상당한 여파를 받게되는 구조로 되어있는 셈이다.


[전세계 및 국내 광섬유업계 동향]

전세계 광섬유 시장은 세계최대의 광섬유 생산업체인 미국 코닝社와 2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社의 지난 움직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코닝社의 경우 북미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한 통신장비산업의 둔화로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만 전체직원의 20%에 달하는 약 8천여명을 감원하고 미국, 호주, 독일 등지의 광섬유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지난해말 영국 노스웨일스 소재 디사이드 공장을 폐쇄하고 5백여명의 직원들을 해고했으며 수익 및 매출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초의 경우 세계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따라 그동안 가동을 중지해왔던 4개 공장을 재가동키로 결정했지만 지난 5월15일 발표한 1/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19억2천만달러)는 물론 당초 예상치인 9억2천만달러~9억5천만달러보다도 낮은 9억달러 수준에 머물면서 결국 직원 재감축과 공장폐쇄 등 비용절감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추가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38년간 코닝을 이끌어왔던 존 루스 회장이 사임, 제임스 휴턴 이사장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인계 받았다.

루슨트테크놀로지社는 코닝社보다도 심각한 위치에 처했다.

전세계 광섬유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2위 광섬유제조업체인 루슨트社는 통신시스템의 과잉설비로 인해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지난해말 광사업부문을 일본 후루카와社에 전격 매각한 것.

이로인해 세계 4위권의 후루카와社가 2위업체로 급부상, 전세계 광섬유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후루카와社가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하면서 최대시장으로 부각된 중국 등지에서 코닝社와의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으며 이로써 광섬유 업체들의 경쟁은 시장쟁탈전이 아닌 생존차원의 문제로 접어들었다.

이외에도 미국최대의 광섬유 메이커인 JDS유니페이즈社는 1/4분기 매출이 전년의 7억8천만달러대비 58%나 격감한 3억2천만달러에 머문데다 2/4분기 시장전망마저 밝지 않자 전체 인력의 절반이상을 감원하는 한편 잇따라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북미 제2의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社도 지난 5월29일 약3천5백여명을 감원하고 광섬유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대대적인 경비절감 조치를 단행했다.

전세계 광섬유 시장의 침체는 대한전선, LG전선, 삼성전자 등 국내 광섬유 업계에도 역대최악의 사태를 가져다 주고 있다.

지난해에만해도 IT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광섬유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인식됐다. 이로인해 대한전선의 자회사인 옵토매직社가 총 5백4억원을 투자, 경기도 안산에 연간 2백만f㎞(화이버킬로미터) 규모의 광섬유 생산 제2공장을 건설했으며 LG전선은 지난해말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중국현지에 광케이블 생산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하나의 광모제에서 최대 6백40㎞의 광케이블을 추출할 수 있는 최신 공법을 개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여기에 중소업체인 TOP社가 광주에 2천여평규모의 광섬유 공장을 준공했고 일진도 총 1백억원을 투입, 수원산업단지내 연간 70만f㎞의 광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1만5천평 규모의 전용 공장을 짓고 양산에 들어갔다.

이같은 국내 광섬유업계의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미국테러가 발생, 관련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다소간의 우려를 낳았지만 올해 1/4분기를 기점으로 2/4분기에는 시장이 본격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광섬유 시장에 따라 울고 웃어야만 했던 국내 헬륨시장도 올해에는 월드컵 특수와 함께 지난해의 부진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광섬유업계의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상황도 한층 심각해지면서, 신규공장들이 개점휴업상태에 빠졌고 그나마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기존 생산규모를 지켜왔던 대한전선(옵토매직) 안양공장마저 올해초 생산라인 가동을 중지(감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1/4분기 실적 또한 LG전선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년대비 각각 13.2%, 44.8% 감소했으며 대한전선도 5%와 33%의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LG는 최근의 헬륨수요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프렉스에어코리아로부터 헬륨재활용시스템까지 설치했지만 공장가동이 활성화되지 않아 상당기간 동안 무용지물이 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전문가들은 올해 6월 현재에도 광섬유시장의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헬륨시장 동향]

국내 헬륨시장은 전체 2백억원의 시장중 약 30%에 이르는 60억원가량을 광섬유 업계가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MRI 등 의료용시장이 큰 비중을 점하고 있으며 LED.LD 등 반도체화합물이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헬륨의 수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자체적인 수입로를 지닌 일부업체를 제외하면 프렉스에어코리아, 한국산업가스, BOC가스코리아, 에어리퀴드코리아서비스, 대한특수가스, 메싸-MS가스 등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수입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아일랜드, 영국 등이지만 이중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전체의 99.8%로서 의존도가 집중되어 있다.

이와관련 국내 헬륨시장은 지난해 9월이후 본격화된 광섬유업계의 부진으로 인해 필연적인 동반악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폐막된 '2002 한.일 월드컵'의 국내 경기장에 대한 헬륨공급권을 지닌 경진산업가스(대표 손종익)에 따르면 에드벌룬 등을 위한 헬륨 공급물량이 올림픽 당시보다도 못한 2만8천2백리터 수준(47ℓ 6백여병)에 머무른 것으로 밝혀져 월드컵 특수마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헬륨 수입량 또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헬륨 수입량은 2000년 총 47만3천9백61㎏에서 지난해 55만6천5백29㎏으로 17% 증가했지만 월별로 보면 지난해 9월 6만7천1백10㎏으로 최고 정점을 보인 이래 매월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표-1>

급기야 올해 1월에는 2001년 12월의 5만4천7백61㎏에 비해 33%나 떨어진 3만6천5백67㎏에 머물렀으며 2월에는 2000년 수준에 불과한 2만7천2백41㎏까지 감소했다.

3월과 4월에 이르러 4만㎏ 규모를 회복하면서 다소 진정국면에 돌입했지만 월드컵 특수를 바로 앞둔 5월에 다시 3만4천6백45㎏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월~5월까지의 누계 또한 전년도 8월~12월까지의 26만8천4백19㎏에는 물론 전년동기인 19만8천7백31㎏에 비해서도 10%가량 적은 17만8천8백25㎏의 시장이 형성되는데 그쳤다.

여기에 2001년 기준으로 전체 수입물량의 5%(2만8천1백54㎏) 수준이었던 수출물량의 경우 올해 5월까지 수출물량이 6천50㎏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5천8백23㎏보다 앞서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유통량은 더욱 적어졌음을 알 수 있다.<표-2>

업계에서는 광섬유를 제외한 여타 시장에서 헬륨의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음을 볼 때 이같은 현상은 거의 전적으로 국내 광섬유업계의 장기침체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3~4월의 단기적인 회복기미가 전년수준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광섬유 업계에 대한 매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을 시작으로 국내 헬륨시장도 점차 냉기가 감돌고 있으며 광섬유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모 액메이커는 경쟁사들에 비해 한층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헬륨의 경우 수요증대와는 달리 고비용으로 인해 인공생산이 불가능하고 신규원료공급처 확보도 어렵기 때문에 매년 2~3차례이상의 가격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업계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액메이커 A사의 헬륨관계자에 따르면 “국제 헬륨가격은 날로 인상되고 있지만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광섬유업계에서는 오히려 원가절감을 위한 가격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비싸게 수입해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야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즉 헬륨의 최대 수요처인 광섬유업계가 하루빨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올해 국내 헬륨 시장 또한 부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국내 헬륨 시장전망]

올해 국내 헬륨시장은 광섬유업계와 어느 정도의 매출연관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관련업체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수요격감과 가격인하라는 이중고를 겪고있는 광섬유용 헬륨시장과 달리 의료용, 반도체용, 행사용(애드벌룬.풍선 등) 등의 경우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인상에 대한 반발만 자연스레 마무리된다면 지난해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륨시장에 대한 광섬유업계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체 시장규모면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의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의 기조가 계속된다면 올해 헬륨 수입물량도 지난해의 물량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올해 국내 헬륨시장의 판도는 광섬유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예년수준으로 복귀하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물론 국내 광섬유업체들이 전세계 광섬유(광케이블)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필두로 인도.일본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함으로서 돌파구를 찾고있으며 한국전력의 초고압 전력선 발주가 늘어나는 2/4분기에는 1/4분기보다 다소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이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광섬유(광케이블)업계의 부진이 내수보다는 9.11테러 이후 주요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위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헬륨시장도 당분간 큰 폭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2002년 08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