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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학기업의 투자 전략이 바뀐다

케이탑 2009. 2. 12. 08:33
글로벌 화학기업의 투자 전략이 바뀐다
송효준 | 2005.10.26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최근 실적 호조세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의 경우 투자여건 변화와 화학경기의 조기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신중한 투자가 바람직하다.

 

2003년 경기 저점을 형성했던 세계 화학산업은 지난해에 비교적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었다. 제품 전반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과 원유가격 급등은 화학기업들의 마진 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수요 호조세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크게 상승하였던 것이다. 2005년 역시 이러한 실적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과 수요 기업의 가격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이트한 수급 상황으로 인해 화학기업들의 수익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다.

 
하지만 고유가가 오래 지속되면서 생산 비용의 큰 폭 상승뿐만 아니라 수요 둔화로 인한 화학경기의 조기 하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경기 상승기를 활용해 지난 몇 해 동안 미뤄 왔던 경상 투자와 성장 모멘텀 확보 차원에서 신규 투자를 기획했던 화학기업들로서는 투자와 관련된 전략적 판단에 보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내 화학기업들 역시 지난 2년여의 호황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호황기를 이용해 증설했던 수많은 설비들이 지금까지도 과잉설비 논란에 휩싸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설비 투자에는 상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최근 투자 움직임을 통해 그 전략적 의미를 되새겨봄으로써,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화학기업들의 투자 회복세 뚜렷

 
최근 화학기업들의 성과 향상은 2002~2003년을 바닥으로 강한 상승국면에 접어든 석유화학부문의 호조에 기인한다. 따라서 화학기업의 향후 실적도 석유화학경기의 호조세 지속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세계적인 석유화학관련 조사기관인 CMAI(Chemical Market Associates, Inc.)는 이번 석유화학경기의 호조세가 2006~200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2005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대체로 지난해의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Dow, BASF, Huntsman, Lyondell과 같은 석유화학 기업들과 DuPont, Rohm & Haas와 같은 다양한 제품을 대신하는 스페셜티형 화학기업 역시 수요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였다.

 
과거 수년간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신규 투자를 미뤄왔었던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최근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설비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출 기준 글로벌 Top 50 화학기업들의 평균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화학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의 지속적인 감소세에서 벗어나 지난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 투자의 경기 후행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 화학기업들의 투자는 비교적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학기업들이 밝히고 있는 향후 설비 투자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국내 150대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화학부문의 설비 투자액은 지난해에 비해 58% 늘어난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조업 평균 설비 투자 증가율 18%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화학부문의 설비 투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올해 일본 화학산업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6천 5백억엔으로 예상(일본 경제산업성)되며, 미국 화학산업의 설비투자 역시 올해 약 13%, 내년에는 5.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화학협회).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화학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투자 트렌드와 전략적 의미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가? 아시아 시장의 급팽창, 구미 기업들의 구조조정 가속, 중동 및 아시아 신흥 기업들의 부상과 고유가 상황 지속 등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투자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   

 

● 아시아 투자는 단순 설비 증대에서 R&D 투자로 확대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아시아 현지 투자는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아시아 화학제품 수요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역 내 화학기업들 뿐만 아니라 구미 기업들 역시 아시아 시장에서의 투자 확대를 최우선 전략의 하나로 꼽고 있다.

 
BASF의 경우 2010년까지 자사 화학제품의 아시아 매출 비중을 20%(2004년 16.8%)로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 현지 생산 비중을 20%에서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BASF는 2009년까지 10억 유로 이상을 아시아 지역에 투자할 방침이다. Huntsman 역시 최근 상하이에서 개최된 중국화학컨퍼런스에서 2010년까지 아시아 매출을 지난해의 약 2배인 20억 달러 규모로 늘리기 위해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2008년까지 중국 매출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Degussa, 향후 자사의 주요 신규 투자를 아시아 지역에 집중할 것으로 밝힌 Air Product 등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아시아 중심 성장 전략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아시아 지역의 투자 러시와 함께 최근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아시아 투자가 단순 설비 확대에 그치지 않고, R&D 관련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수요 기업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제품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면서 현지 R&D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Dow의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R&D 및 정보기술 센터를 중국에 건설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향후 기초연구까지 활동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DuPont도 올 연말까지 중국에 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며, Rohm & Haas 역시 2006년 중반 상하이에 R&D 센터를 건설하여 장기적인 고객 기반 확보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수요 입지형’에서 ‘원료 입지형’으로 투자 지역 이동

 
이번 화학경기 사이클의 특징 중 하나는 제품군별로 원료의 수급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저렴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석유메이저, 중동 및 아시아의 신흥 기업 등과의 경쟁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원료 부문에 대한 투자의 우선 순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원료 부문에 대한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위기 의식은, 근본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동 투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일부 범용 화학제품의 경우 기존 설비의 생산성 증가나 수직 계열화를 통해서도 중동 설비의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뛰어 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초 원료의 투자처로 중동 투자에 대한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최근 Dow는 중국 에틸렌 투자 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범용 에틸렌 크래커 건설은 원료 우위 이점이 있는 지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원칙을 밝힘으로써 자사의 범용 부문 전략적 투자처는 ‘수요입지’인 중국이 아니라 ‘원료입지’인 중동임을 확인한 바 있다. 사우디에 에틸렌 설비를 건설하기로 한 Sumitomo 역시 인프라나 시장 접근성이 뛰어난 싱가포르 투자를 포기하고 중동을 선택한 점을 보면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중동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도의 GAIL, 대만의 CPC,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ASOL 등 신흥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중동 진출을 꾀하고 있어 중동 투자가 전세계 범용 석유화학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 M&A 주체는 구미기업에서 중동/아시아 신흥기업으로

 
최근 화학기업들은 신규 설비 투자 확대와 함께 기업간 M&A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번 경기 상승기를 활용해 사업포트폴리오 재편-비핵심 사업 매각과 핵심 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화학산업의 M&A 추이를 살펴보면 금액이나 건수 모두 지난 몇 년 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해 증가 추세로 돌아섰음을 확인할 수 있다. Young & Partner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총 36건, 90억 달러의 M&A가 성사되어(2004년 상반기, 총 35건 140억 달러) 지난해의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화학산업의 M&A가 과거와 다소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중동이나 아시아 신흥 기업들의 구미 기업 M&A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낮은 수요 성장세와 중동 물량의 대량 유입으로 인해 향후 독자적인 생존기반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하던 BASF, BP, Shell, Statoil과 같은 많은 유럽기업들은 이번 경기 상승기를 활용해 범용 석유화학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아시아와 중동의 신흥 기업들은 오히려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2002년 SABIC이 DSM의 석유화학부문을 인수함으로써 유럽시장으로의 안정적인 진입과 선진 공정기술력 확보에 성공했듯이, 최근 UAE의 IPIC는 유럽 2위이자 세계 5위의 폴리올레핀 업체인 Borealis의 지분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유럽 지역의 생산거점 확보에 성공했다. 또한 최근 이란 NPC가 Basell 인수에 적극 나섰던 점, 인도의 Reliance가 Innovene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인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 있다. 향후 구미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시장과 선진 기술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미 기업에 대한 M&A 시도는 아시아와 중동 신흥기업들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비용 상승으로 투자시기 조정 움직임 나타나

 
국내 화학기업들 역시 이번 경기 상승기에 벌어들인 돈을 기존 설비 확장이나 신규 설비를 건설하는 데 투자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업체인 여천NCC의 경우 2008년까지 4천억원 이상을 투입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60만톤 이상 증설하기로 했으며 롯데그룹도 2008년까지 1조원 이상을 에틸렌 증설 및 유도품 부문 확장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LG 역시 에틸렌 설비의 증설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등 국내 화학기업들은 호경기를 활용해 국내 설비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유가로 인한 생산 원가 증가와 수요 부진 등이 겹치면서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업들로서는 기존에 고려하고 있던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학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혹은 더 가파르게 하강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예정된 투자가 모두 이루어질 경우 향후 신규 설비 가동 시점에서 투자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리스크에 대비하여, 이미 일부 글로벌화학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나섰다.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화학관련 투자가 늘어나면서 신규 설비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Sumitomo가 아람코와 합작을 통해 건설하기로 한 사우디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의 경우, 지난해 5월 처음 계획을 발표할 당시 총 투자비는 45억 달러였으나 올해 8월에 합작 계약시 투자 예정액은 85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건설 비용의 상승이 투자액 증가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Sumitomo의 경우 설비 투자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 비용 상승과 이로 인한 투자 회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다른 화학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 시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itsubishi의 경우 건설비 상승에 의한 설비 투자액 증가와 가동 시기의 부적절함을 우려해 일본 내 신규 설비 및 중국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투자를 연기 또는 재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한 투자가 바람직

 
국내 화학기업들 역시 세계 화학산업의 변화와 화학경기의 조기 하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소 보수적인 입장에서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 투자의 경우 설비의 최적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이후 예상되는 화학경기의 하강 국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 중동 물량의 대규모 출회 등 미래의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면 국내 설비의 대규모 증설은 향후 과잉설비 논란을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 설비의 수직계열화를 보다 강화하고, 석유정제기업과 석유화학기업간 제휴 등을 통해 원료의 효율적 이용 및 제품 구조의 변화 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해외 투자의 경우 자사 핵심 품목에 국한하여 투자 확대를 모색하되 원료 부문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지역에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투자와 같은 수요시장 중심의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동 지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과 같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FTA의 진전에 따라 지역간 제품 이동이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한다면 원료 입지형 투자의 매력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R&D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투자 여력이 발생한 시점에서 단순 설비 확장에 치중하는 것 보다는 과감한 R&D 투자 확대와 기술 중심의 벤처 기업 인수 등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기술 역량 확보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차별적 기술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사업 구조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나아가 세계 화학산업의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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